청운문학도서관 상주작가 유종인 시인이 들려주는 인문학, 그 첫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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詠菊(영국)/ 高徵厚(고징후)
‘국화를 읊다’
微草幽貞趣 작은 풀 그윽하고 곧은 아취가
正猶君子人 바로 군자와 같아라.
斯人不可見(사인불가견) : 이런 사람 만날 수 없어
徒與物相親(도여물상친) : 헛되이 국화만 사랑하네
시인의 감상
조선후기의 역관(譯官)인 고징후는 국화에서 그윽하고 청신한 사람의 이미지를 보았다.
일찍이 소동파(蘇東坡)는 ‘연꽃은 지고 가면 비를 받칠 덮개가 없지만, 국화는 시들어도 서리를 이겨내는 가지가 있다(荷盡已無擎雨蓋 菊殘猶有傲霜枝)’ 라고 상찬했다.
무릇 국화는 여러 종류가 산야와 도심의 화원과 주변에 있지만, 그 아취는 초겨울까지 시르죽는 듯 새뜻하게 향과 빛깔과 모양으로 사람들의 을씨년스럽고 으늑한 마음에 환한 선처(善處)를 낳는다.
위(魏)나라의 종회(鍾會)는 국화의 아름다움에 관 부(賦)에서 다섯 가지 상찬을 놓았다.
첫째, 동그란 꽃송이가 높다랗게 달려있음은 천극(天極)을 본 뜬 것이요,
둘째, 잡색이 없이 순수한 황색은 땅의 빛깔이고,
셋째, 일찍 심어 늦게 피는 것은 군자의 덕이며,
넷째, 서리를 뚫고 곧고 굳세게 피는 것은 군자의 기상이며,
다섯째, 술잔에 꽃잎이 떠 있음은 신선의 음식이라고 노래했다.
고상한 취미가 아니더라도 대문이나 창가에 혹은 길가에 내어놓은 국화분(盆)는 누구라도 당신과 함께 가을의 늡늡하고 청신한 마음을 겨울까지 같이 나누겠다는 가만한 사랑의 안부와도 같다.
본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며 종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상주작가지원사업'으로 운영됩니다.
주 최
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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